미국-이란 종전 합의...106일간 어떤 일이 있었고, 한국은 어떻게 버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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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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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종전 수순에 들어가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이 걷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종전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세 달 넘게 이어진 전쟁은 결국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졌고, 그 여파는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한국 역시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중동에서 오는 만큼, 봉쇄 조치는 곧바로 에너지 수급과 산업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이 동맹국들을 향해 군사적 지원과 공동 대응을 압박하면서 외교·안보 부담도 커졌다. 한국은 안보 측면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더욱 복잡한 선택지 앞에 놓였다.
지난 몇 달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고,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사상 초유의 봉쇄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해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수뇌부를 제거한 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반격에 나서며 맞섰다.
지금까지 이란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일종의 협상 카드로 언급한 적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선박들의 통행을 전면 제한한 적은 없었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138척이 드나들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선박 약 2000척과 선원 2만여 명이 이곳과 인근 해역에 발이 묶였다. 한국 선박 26척과 선원 180여 명도 포함됐다. 대부분 선원은 배에 머무르면서, 정부 지시에 따라 선박을 안전 수역에 정박시켰다.
그사이 민간 선박 수십 척이 피격당하거나 원인 불명의 화재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선원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IMO는 전쟁 발발 후 지난 11일까지 호르무즈 해협 및 인근 해역에서 이러한 사건이 46건 발생했으며, 사망자 14명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아직까지 해역에는 한국 배 24척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위기
선박에 실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제때 전달되지 못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졌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전쟁 이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급등하며 장중 12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정부는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약 30년 만에 가격 상한선을 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부활시켰다.
석유화학·정유·항공·해운업계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석유화학 기업들은 설비 가동을 줄이고 항공사의 경우 유류할증료를 대폭 높이고 수익성이 낮은 노선 운항을 줄이면서 대처하고 있다.
원유뿐만 아니라 식량과 반도체, 비닐·플라스틱 제품 생산 등에 꼭 필요한 원자재인 요소, 헬륨, 나프타 등의 수급도 어려워졌다.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면서, 한때 일부 가게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일시 품절되는 등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오만·카자흐스탄·카타르로부터 올해 말까지 원유 2억7300만배럴과 나프타 210만톤을 도입하기로 하고 홍해 쪽 우회 항로를 통해 원유를 운송하는 등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해왔지만, 전쟁 및 봉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과 기업 수익성 악화 등의 피해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종전 합의 끝에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유가가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최소 몇 주에서 몇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특성상 운송 기간과 재고 등을 고려하면 시장가가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사태 발발 후 유가가 하루 아침에 치솟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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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휴전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7일 2주간의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다. 해당 기간 동안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지만, 실제로 해협을 빠져나간 선박은 많지 않았다.
4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종전 협상이 결렬된 후 미국은 13일부터 이란 항구를 오가는 모든 해상 교통을 막아 전쟁물자 보급을 차단하는 '역봉쇄'에 나서며 이란을 강하게 압박했다.
17일에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선박 정보사이트 마린트래픽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 사이 해협을 빠져나온 몰타 선적 100만배럴급 유조선 '오데사호'가 지난달 8일 충남 대산항에 도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21일 이란과의 휴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참전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맹국의 참전 여러 차례 요청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 국가들을 지목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나서 해협 문제를 돕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4월 7일에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뿐만이 아니라 한국, 호주, 일본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라며 공개 저격했다.
대다수의 주요 동맹국들은 참전을 거절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 정부의 경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하여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일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들을 빼내는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개시한 후 한국 해운사 HMM이 운용하는 선박 '나무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란 정부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개입 가능성을 부정해왔지만, 한국 정부는 조사 결과 이란의 대함미사일이 나무호를 타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이란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선박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한국도 이 작전(프로젝트 프리덤)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라고 파병을 압박했다. 국내에서도 한국 선박이 공격당한 것을 이유로 참전 여론에 힘이 좀 더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5일 SNS를 통해 이란과의 협상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며 프로젝트 프리덤을 "상호 합의"에 따라 잠시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종전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이에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전 여부) 검토는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 합의'는 언제?
이번에도 불확실성은 남는다. 미국과 이란이 아직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전이기 때문이다.
종전 서명 후 양국은 60일의 유예기간을 갖고 이란 비핵화 및 핵 프로그램 해체, 대이란 제재 등 굵직한 이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공격을 재개하는 등의 돌발 변수로 인해 이란이 호르무즈를 다시 폐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한국의 경우 비핵화 관련 합의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는 한국의 안보 상황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합의 내용은 미국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는 만큼,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동 사태가 마무리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사가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고, 지난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북미 대화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SNS에 "이란과의 합의가 지금 마무리됐다"고 올리기 전날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산책하는 사진을 올렸다.

















